2024도15240
<br/> [1] 공모공동정범의 성립요건 및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기망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던 경우에도 공모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 하나의 범죄행위에 관여한 여러 사람 중 한 명인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행위에 나아간 경우, 피고인에게 죄책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외형적으로 피고인이 범죄를 구성하는 일부 행위를 실행했음에도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행위를 했을 뿐이라면서 공모사실이나 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피고인의 범의나 공모사실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br/><br/> [2] 전화 등 전기통신수단을 이용한 금융사기 조직범죄(보이스피싱)에서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의 내용 및 정도 /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인 피고인이 현금수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모사실이나 사기죄의 고의를 부인하고, 공모사실이나 고의를 증명할 범행 관련자들의 진술도 없는 경우, 피고인의 공모사실이나 고의의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br/>
[1] 형법 제13조, 제30조, 제347조, 형사소송법 제308조 / [2] 형법 제13조, 제30조, 제347조, 형사소송법 제308조 <br/>
【피 고 인】 피고인 <br/>【상 고 인】 검사<br/>【원심판결】 대전지법 2024. 9. 4. 선고 2023노2804, 4164 판결 <br/>【주 문】<br/>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br/><br/>【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br/>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br/> 가. 사기<br/> 피고인은 2021. 11.경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의 제안을 받고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수거하여 전달하는 이른바 ‘현금수거책’ 역할을 담당하기로 하는 등 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과 전화금융사기 범행을 하기로 순차 공모한 다음, 2021. 11. 17.부터 같은 달 29.까지 성명불상의 조직원은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대출과 관련하여 거짓말을 하고, 피고인은 14회에 걸쳐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마치 금융기관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들로부터 합계 2억 8,503만 원의 현금을 교부받아 편취하였다. <br/> 나.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br/> 피고인은 2021. 11. 25. 및 같은 달 26.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으로부터 텔레그램이나 이메일을 통해 ○○○ 명의의 ‘보증서 발행 납입 확인서’ 문서파일, △△은행 명의의 ‘채무변제 확인서’ 문서파일, □□□저축은행 명의의 ‘일부상환증명서’ 문서파일을 각 전송받아 이를 PC방 프린트기를 이용해 출력하는 방법으로 위 각 사문서를 위조하고, 그 위조 사실을 모르는 피해자들에게 이를 각 교부하여 행사하였다.<br/> 다. 주민등록법위반<br/> 피고인은 2021. 11. 25. 14:50경 △△은행 자동화기기에서,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수거한 보이스피싱 피해금원 중 100만 원을 위 조직원으로부터 전달받은 공소외 1의 주민등록번호를 송금자 정보로 입력하여 송금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같은 날 18:45경까지 27회에 걸쳐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송금자 정보로 입력하고 합계 2,685만 원을 무통장 송금하여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하게 사용하였다. <br/> 2. 원심의 판단<br/>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게 사기죄 등에 대한 고의가 없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br/> 3. 대법원의 판단<br/> 가. 관련 법리<br/> 두 사람 이상이 범죄에 공동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여러 사람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사람이라도 다른 공범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책임을 진다(대법원 1997. 9. 12. 선고 97도1706 판결 등 참조).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그 기망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도5080 판결 참조). 한편 하나의 범죄행위에 관여한 여러 사람 중 한 명인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 행위에 나아간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고의가 없어 죄책을 물을 수 없다. 외형적으로 볼 때 피고인이 범죄를 구성하는 일부 행위를 실행하였음에도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 행위를 하였을 뿐이라면서 공모사실이나 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범행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하여 공모사실이나 범행의 고의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피고인이 범죄를 인식하거나 공모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 아니라, 사물의 성질상 피고인의 범의 내지 공모사실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종합하여 범의나 공모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5. 12. 선고 2005도1148 판결 등 참조). <br/> 전화 등 전기통신수단을 이용한 금융사기 조직범죄(이하 ‘보이스피싱’이라 한다)에서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함으로써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결합되어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다.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고 전체 보이스피싱 범행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것을 요하지는 않는다.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인 피고인이 현금수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모사실이나 사기죄의 고의를 부인하고, 공모사실이나 고의를 증명할 다른 조직원 등 범행 관련자들의 진술도 없는 경우, 그 공모사실이나 고의의 인정 여부는 현금수거책과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공범 사이에 이루어진 의사연락의 내용과 연락수단, 현금수거업무를 맡긴 사람을 직접 대면하였는지, 그 과정에서 근로계약서나 업무위탁계약서 등이 정상적으로 작성되었는지 등을 비롯하여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와 과정이 통상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현금수거업무의 구체적 내용과 절차, 현금수거를 위해 피해자를 만났을 때 피해자에게 보인 행태와 언동, 현금수거를 위해 사용한 구체적 수단, 특히 피해자에게 제시하거나 교부한 공문서나 사문서 등이 있는 경우 그 문서의 생성·작성 경위와 내용 및 작성명의자 등과 피고인이 맡은 현금수거업무의 관련성, 피고인의 현금수거 횟수와 수거액의 규모, 수거한 현금을 다시 다른 사람의 금융계좌 등으로 전달·교부·송금할 때 사용한 방법, 특히 제3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사용하였는지 여부, 보수의 정도나 지급방식, 피고인의 나이, 지능, 경력 등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 등 참조).<br/>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 및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사기죄 등에 대하여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br/> 1) 보이스피싱 조직은, 전체를 총괄하며 내부 각 점조직 간의 유기적인 연락을 담당하는 ‘총책’, 총책의 지시를 받아 조직원들을 관리하며 그들에게 기망 수법과 현금수거 방법 등을 교육·지시하는 ‘관리책’, 범행에 사용할 대포통장이나 조직원 등을 모집하는 ‘모집책’,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각종 기관 등을 사칭한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를 기망하는 ‘유인책(콜센터)’, 계좌에 입금된 피해금원을 인출하여 전달하는 ‘현금인출책’이나 ‘현금전달책’,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돈을 받아오는 ‘현금수거책’ 등으로 분담된 역할을 각각 수행하면서 검거에 대비하여 고도의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범행에 가담하는 사람들은 순차적인 공모를 통해 각자 맡은 역할에 따른 일부 기능만을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앞서 본 법리 및 위와 같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운영현실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반드시 보이스피싱 범행의 실체와 전모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만 개별 범죄의 공동정범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보이스피싱 범행의 수법 및 폐해는 오래전부터 언론 등을 통해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br/> 2) 피고인은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하여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렸고, 2021. 11. 14.경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성명불상자(자칭 ‘◇◇◇ 소속 공소외 2 대표’, 이하 ‘공소외 2’라 한다)로부터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받아 건당 수거액의 1%(교통비, 식사비 별도)를 대가로 받고 채권추심업무를 하기로 하였는데, 별도의 면접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며 피고인의 신원·신용을 확인하거나 보증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피고인이 위 회사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는 하였으나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거나 회사의 조직·업무·실체, ‘공소외 2’의 실존 여부 등에 대해서 제대로 확인한 바 없다. 이러한 채용절차 및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한 경위와 과정은 비정상적이거나 매우 이례적이다.<br/> 3) 피고인의 현금수거업무는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피고인은 자칭 ‘◇◇◇ 소속 공소외 3 팀장’(이하 ‘공소외 3’이라 한다)으로부터 텔레그램으로 피해자의 이름, 주소, 생년월일, 받을 금액, 피해자들에게 할 말을 전달받았다. 피고인은 공소외 3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자신을 ‘☆☆은행 공소외 4 팀장이 보낸 공소외 5 대리’, ‘▽▽생명 공소외 6 과장님 업무 건으로 온 사원 공소외 5 대리’, ‘◎◎저축 공소외 7 부장 부탁으로 온 사원 공소외 5 대리’ 등 서로 다른 금융기관 소속 직원인 것처럼 소개하며 피해자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곧바로 현금을 수령하였다.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현금을 공소외 3의 지시에 따라 은행 ATM 기기(그 기기에는 일반적으로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현금 입출금 또는 송금 아르바이트는 보이스피싱 범죄일 수 있다.’는 취지의 안내 문구가 붙어 있거나 같은 내용이 음성으로 안내된다)를 통해 약 100만 원씩 쪼개어 각 100만 원마다 공소외 3이 지시하는 대로 피고인이 전혀 모르는 여러 사람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여 ◇◇◇가 아닌 제3자에게 송금하거나 공소외 3이 지시한 사람에게 전달하였다. 이러한 현금수거 및 송금·전달은 타인의 개인정보를 사용한 거래로서 사회일반의 거래관념이나 경험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통상의 수금방식이 아니다. 또한, 상당히 이례적인 절차로 채용하여 대면한 적이 한 번도 없는 피고인에게 거액의 현금수거업무를 맡기는 것은 보이스피싱 등의 경우가 아니면 상정하기 어렵다.<br/> 4) 피고인은 2023. 11. 17.부터 같은 달 29.까지 위와 같은 방식으로 피해자 10명으로부터 14회에 걸쳐 합계 2억 8,503만 원의 거액을 받은 후 그 돈을 100만 원씩 쪼개기 방식으로 타인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사용하여 무통장 송금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을 반복하였다. 피고인은 2023. 11. 17. 피해자 공소외 8을 만나기 전부터 자신이 수행하는 현금수거업무가 불법임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었음에도 별다른 거리낌 없이 현금을 수거하고 타인 명의와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여 송금하거나 현금을 전달하는 일을 반복하였고, 이를 통해 상당한 액수의 대가를 받았다. <br/> 5) 피고인은 현금수거업무를 하면서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현금의 액수를 피해자들이 보는 앞에서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그중 일부를 자신의 경비(교통비, 식비)와 수당(건당 수거액의 1%)으로 직접 취하고 나머지를 무통장 송금하거나 다른 조직원에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일반적인 아르바이트 대가보다 큰 액수의 돈을 받았다. 그런데 거액의 현금을 수수하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돈이 얼마인지 그 자리에서 확인되지 않을 경우 분쟁의 소지가 크고 경우에 따라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한 피고인이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도 있는 점까지 고려하면, 위와 같은 방식의 현금수거업무나 보수지급 절차 등은 통상적이지 않다. <br/> 6) 피고인은 현금수거업무를 하면서 ‘공소외 3’으로부터 파일로 전송받은 금융기관 명의의 사문서를 출력하여 피해자에게 교부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이 출력한 문서의 내용은 대체로 ‘대출금이 변제되었다.’는 것으로서 그 내용이나 형식이 조악할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이 변제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상환사실을 증명하고 개인정보가 포함된 문서를 아무 곳에서나 인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은 그 문서가 거짓으로 작성되거나 위조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br/> 7) 위와 같은 여러 사정들에 더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27세의 성인으로서 약 10년간 미용업에 종사하였던 점까지 종합하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 피고인은 이러한 현금수거업무가 보이스피싱 등 범행에 가담하는 것임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br/> 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 등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br/> 4. 결론<br/>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br/><br/>대법관 오경미(재판장) 권영준 엄상필(주심) 박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