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채무자의 재산에 붙여놓은 압류 표시(봉인)를 임의로 떼어내거나 훼손하여 그 효력을 무효로 만든 사건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국가의 강제집행 업무를 방해하는 범죄에 해당한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판례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 사】 용태호(기소), 유호원(공판) 【변 호 인】 변호사 남상숙(국선) 【원심판결】 대전지방법원 2022. 12. 1. 선고 2020고정651 판결 【주 문】 1.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2.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과 공동투자하여 2017. 6. 26. 충남 부여군 (이하 생략) 등 4필지(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를 공소외 1(이하 ‘고소인’이라 한다 ) 명의로 경락받은 다음 2017. 8. 9. 고소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실이 있다. 한편, 공소외 4는 2014. 1. 20.경부터 이 사건 부동산으로 진입하는 출입구에 5톤 화물차를 주차하고, 위 화물차 위에 컨테이너박스 1동을 올려 직원인 공소외 5로 하여금 관리하게 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해 왔었고, 고소인은 2017. 8. 18.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이하 ‘논산지원’으로 약칭한다)에서 공소외 4를 채무자로 하는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이하 ‘이 사건 가처분’ 또는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라 한다)을 받은 후 위 법원 집행관에게 집행위임을 하여, 그 집행관은 2017. 8. 30. 11:24경 이 사건 부동산에서 가처분 채무자인 공소외 4의 대리인 공소외 5에게 "채무자는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점유, 명의의 이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를 고지하고 같은 취지의 고시문을 공소외 4 소유의 컨테이너박스(이하 ‘이 사건 컨테이너’라 한다)에 부착하였으며, 이후 공소외 4는 2017. 11. 29.경 논산지원으로부터 고소인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하라는 취지의 명령(이하 ‘이 사건 인도명령’이라 한다)을 선고받았다 . 피고인은 고소인과 이 사건 부동산과 관련하여 분쟁이 생기자 이 사건 인도명령에 따라 이 사건 컨테이너를 철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공소외 4와 공모하여 공소외 4로부터 이 사건 컨테이너를 매수하여 자신이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점유를 계속함으로써 고소인의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 행사를 방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2018. 10. 10.경 이 사건 부동산에 있는 이 사건 컨테이너를 공소외 4로부터 150만원에 매수한 후 지게차를 불러 이 사건 부동산의 진입로에 놓아두게 한 후 자신이 직접 이 사건 컨테이너를 점유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소외 4와 공모하여 위와 같이 이 사건 컨테이너를 매수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점유 일부를 이전받는 방법으로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실시한 부동산의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집행의 효용을 해하였다. 2. 원심의 판단 가. 원심판단의 요지 원심은 판시 증거에 의거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벌금 300만원의 형을 선고하였다. 나.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원심의 판단 ⑴ 피고인·변호인은 원심에서 " 공소외 4가 인도명령 집행을 위하여 이 사건 컨테이너를 이 사건 부동산 외부로 반출한 직후 피고인이 공장 관리를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 공소외 4로부터 이 사건 컨테이너를 즉흥적으로 매수한 것일 뿐 공소외 4와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원심에서의 주장은 아래와 같이 이 사건 항소이유로 그대로 이어졌다. ⑵ 이에 대하여 원심은 다음의 사정들(아래 ❶,❷,❸)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의 채무자로서 이 사건 컨테이너의 점유를 이전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는 공소외 4와 공모하여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집행의 효용을 해하였음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❶ 공소외 4는 이 사건 발생 수개월 전 피고인에게서 "나와 고소인 등 4명이 공동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낙찰받았음에도 고소인이 단독으로 권리행사를 하고 있으니 컨테이너를 인수하여 고소인의 권리행사를 막고 싶다"는 말을 들어 동업자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었던 점 ❷ 당시 이 사건 컨테이너는 이 사건 부동산 내에 주차된 화물트럭 위에 있었다가 지게차에 의해 바로 근처 토지상으로 옮겨진 점 ❸ 피고인은 고소인을 대리하여 이 사건 컨테이너에 대한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신청을 하여 그 결정을 받은 상태였고, 공소외 4는 위 가처분결정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상호 이 사건 컨테이너에 관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 점유를 이전한 점 3. 항소이유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의 주위적인 항소이유는 다음과 같은 취지 로서, 간단히 말하여 원심판결에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것이다. 피고인은 향후 공장에 사용할 목적으로 공소외 4로부터 물품으로서 컨테이너를 구매하였던 것으로 〈ⅰ〉공무상표시무효의 고의가 없었고, 〈ⅱ〉김춘길와 이 사건 부동산의 점유 이전을 공모한 적도 없었으며, 〈ⅲ〉피고인의 행위는 김춘길가 반출을 완료했던 컨테이너를 구매하여 기존에 자신이 점유하고 있던 지역 내에 배치하여 둔 것으로 이는 김춘길로부터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받은 것이 아니므로, 피고인의 행위로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의 효용이 해하여졌다고 볼 수도 없다 는 점에서 피고인에 대한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과중 설령 위와 같은 사실오인·법리오해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경우에도, 원심이 선고한 벌금 300만원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4. 당심의 판단 근본적으로,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은 그 목적물의 점유이전을 금지하는 것으로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유가 이전되었을 때에는 가처분채무자는 가처분채권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여전히 그 점유자의 지위에 있다는 의미로서의 ‘당사자항정(當事者恒定)’의 효력이 인정될 뿐 이다(대법원 1999. 3. 23. 선고 98다59118 판결). 한편, 형법 제140조 제1항 규정의 공무상표시무효죄 중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실시한 압류 기타 강제처분의 표시를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것’이라 함은 손상 또는 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그 표시 자체의 효력을 사실상으로 감쇄 또는 멸각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그 표시의 근거인 처분의 법률상의 효력까지 상실케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 할 것이다. 따라서 집행관이 특정 건물에 관하여 가처분을 집행하면서 ‘채무자는 점유를 타에 이전하거나 또는 점유명의를 변경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등의 집행 취지가 기재되어 있는 고시문을 그 건물에 부착한 이후에 그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의 채무자가 제3자로 하여금 그 건물 중 일부라도 사용케 하는 경우 그러한 채무자의 행위는 위 고시문의 효력을 사실상 멸각시키는 행위라 할 것이고, 가족, 고용인 기타 동거자 등 가처분 채무자에게 부수하는 사람을 거주시키는 것과 같이 가처분 채무자가 그 목적물을 사용하는 하나의 태양에 지나지 아니하는 행위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형법 제140조 제1항 소정의 공무상표시무효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3도823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가처분의 채무자인 공소외 4가 자신의 가족, 고용인 기타 동거자와 같이 가처분 채무자 자신에게 부수하는 사람을 시켜서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하는 태양의 하나로 볼 만한 상황을 넘어 제3자로 하여금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하게 할 경우 그것은 위 점유이전의 금지를 명하는 고시문의 효력을 사실상 감쇄·멸각시키는 것이라서 당연히 형법 제140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공무상표시무효죄를 저지른 것으로 된다. 그리고 그와 같은 범죄에 가담한 자는 당연히 형법 제30조에 의하여 공무상표시무효죄의 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그러나 여기에서의 가담이라 함은 단순히 그와 같은 점유를 이전받은 것만으로 충족되는 범죄구성요건은 아니다. 당해 가처분의 존재와 고시문의 존재에 관한 인식을 기반으로 형법이 규정한 공동정범의 제반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어야 할 것임은 당연하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가처분 채무자가 가처분 채권자에게 점유를 이전하는 것은 어떻게 평가되는가? 이때에도 가처분 채무자 자신에 부수하는 사람을 통한 점유로서 가처분 채무자가 당해 부동산을 점유하는 태양의 하나가 아니라 제3자에게 점유를 이전하는 경우로 볼 수 있다면, 그대로 점유이전 금지를 명하는 고시문의 의미를 사실상 감쇄·멸각시키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형법 제140조 제1항 소정의 공무상표시무효죄의 성립을 수긍하여도 되는가? 이 문제는 당해 가처분 내지 그것의 효력을 고시하는 공무상의 표시가 보전하고자 하는 채권자의 권리 즉 당해 가처분의 ‘피보전권리’와 밀접한-표리(表裏)와 같은-관련이 있다고 할 것이다. 즉, 그 가처분은 원래부터 가처분 채무자의 점유를 배제하고 채권자의 온전한 점유를 회복함으로써 채권자의 소유권 내지 그에 기한 인도청구권 등의 권리를 보전하고자 발령된 것인 만큼, 만약 채무자가 더이상의 저항(다툼)을 멈추고 채권자의 목적물(부동산) 인도청구에 응하여 자신의 점유를 포기하고 채권자에게 그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한다면 그 순간 보전의 필요가 소멸함에 따라 그 고시문 내지 가처분 결정은 효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고, 이로써 당해 인도(점유이전)행위가 형법 제140조 제1항 소정의 공무상표시무효행위에 해당할 여지도 전적으로 소멸한다고 보아야 한다. 요컨대, 가처분 채무자가 가처분 채권자에게 점유를 이전하는 경우 그 행위를 가리켜 점유이전금지가처분 표시의 효용을 해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는 것 이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피고인은 고소인을 대리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신청을 하여 이 사건 가처분 결정을 받은 상태였고, 공소외 4는 그 가처분결정 사실을 알고 있었음은 원심이 인정한바(위 ❸)와 같다. 그리고 위 공소외 4는, 자신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컨테이너를 실은 5톤 화물차를 이 사건 부동산의 출입구 부근에 세워두고 자신의 직원(공소외 5)으로 하여금 이 사건 컨테이너를 점유·사용하게 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었다. 당시 위 공소외 4는 피고인과 고소인 등 4인이 동업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경락받았다는 사실도 모두 알고 있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기실 이러한 사실들은 공소사실 자체가 전제하고 있는 사실관계이기도 하다. 한편, 고소인을 대리한 피고인은 이 사건 가처분을 통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점유자를 위 공소외 4로 항정(恒定)한 상태에서 2017. 11. 29. 논산지원 2017타인38호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인도명령을 받았다. 이는 본건 공소사실이 전제한 바이다. 그 인도명령은 공소외 4가 주장하는 유치권을 배척 하면서 "피신청인(공소외 4)은 신청인(고소인)에게 즉시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하라"는 취지의 명령이었고, 공소외 4가 그에 불복하여 항고(재항고)로 다투었지만 그 항고 등에는 집행정지효가 없어서 위 인도의무는 즉시 이행되어야 하는 상황 이었다. (유치권 철회(포기) 합의각서 사본 생략) 참고로, 위와 같이 인도명령이 발령된 상태에서 피고인은 공소외 4와 소송외적인 문제해결시도를 계속하였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지적해 두기로 한다. 아래가 그 결과로 공소외 4와 고소인의 대리인인 피고인 사이에서 2018. 1. 31.경 작성된 「유치권 철회(포기) 합의각서」인데, 그 요지는 대체로 "6개월 뒤에 5,000만원을 지급받기로 하고 우선 이 사건 부동산의 점유를 풀고 인도한다"는 것이다. 비록 집행정지효가 없다고는 하지만 공소외 4가 이 사건 인도명령에 불복하여 항고함으로써 여전히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타협의 여지 모색은 동업체로 운영할 공장 부지를 신속하게 넘겨받아야 하는 피고인 내지 고소인 등이 능히 취할 수 있는 태도였다고 할 것이다. 여기에서 피고인이 여전히 고소인의 대리인으로 공소외 4와 협상을 진행하였음을 알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요컨대, 피고인 내지 고소인은 공소외 4를 상대로 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을 받은 상태에서 법원의 부동산 인도명령까지 받았고, 즉시 그에 기한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즉각적으로 강제집행절차에 착수하지 않고 소송외적인 해결을 모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결과적으로 실패하였고, 그 사이 공소외 4의 항고와 재항고가 기각되었다. 상황이 이와 같이 되자 이 사건 인도명령은 그대로 법원 집행관을 통한 강제집행을 거쳐서 실현될 상황이 되었고, 그렇게 될 경우 공소외 4로서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점유를 박탈당할 뿐만 아니라 대집행비용을 포함한 강제집행비용 일체를 추가로 부담하여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결국 위 공소외 4는 논산지원 집행관 내지 피고인(고소인)에게 "2018. 10. 10. 자진하여 이 사건 컨테이너와 화물차를 치우고 이 사건 부동산의 점유를 풀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다음 약속한 날짜에 약속대로 점유 해제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역시나 이 사건 공소사실이 전제하고 있는 사실관계와 다르지 않고 고소인 등 이해관계인들 사이에서도 다툼이 없는 부분이다. 한편, 피고인과 고소인 등으로 이루어진 동업자들은 민법상의 조합(組合)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러한 조합관계에서 조합계약으로 업무집행자를 정하지 않았거나 또는 선임하지 않은 경우에는 각 조합원은 각각 단독으로 조합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모든 조합원을 대리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바(민법 제706조 제3항 및 제709조), 조합원 중의 1인인 피고인이 위 공소외 4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받는 것은 온전히 적법한 변제의 수령에 해당한다. 즉, 피고인으로부터 수개월 전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동업을 위해 공동으로 낙찰받았지만 편의상 등기 명의는 고소인 단독으로 정리하여 두었다"는 말을 들어 알고 있었던 공소외 4로서는 굳이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명의자이자 이 사건 가처분과 인도명령의 명의상 채권자 내지 신청인인 고소인에게가 아니라 동업자 중의 1인인 피고인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점유를 이전하는 것으로 충분히 이 사건 인도명령상의 채무를 적법하게 이행한 것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이 사건 가처분 채무자인 공소외 4가 이 사건 부동산의 점유를 피고인에게 이전하여 주는 것은 그 가처분으로 보전하고자 한 토지(부동산) 인도청구권을 실현시켜주는 채무의 이행 내지 변제 행위일 뿐 그것이 공무상표시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이 판결이유 제8쪽 참조)와 같다. 다만, 본건의 경우 위와 같은 토지 인도 당시 피고인이 공소외 4로부터 이 사건 컨테이너를 매수하여 그것을 이 사건 부동산에 옮겨 놓아두었다는 점이 문제이다. 즉 공소외 4는 이 사건 부동산 출입구 부근에 이 사건 컨테이너를 두고 그것을 점유함으로써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었으므로, 위와 같은 이 사건 컨테이너 매수 및 점유가 공소외 4의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점유를 피고인에게 이전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 것이다. 만약 피고인이 그러한 컨테이너 점유를 통하여-다시 말하여 그러한 방법으로-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공소외 4의 점유를 이전받거나 승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 이 사건 가처분의 채무자인 공소외 4는 이전하지 말아야 할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점유를 제3자에게 이전한 것이 되어 형법 제140조 제1항이 정하는 공무상표시의 효용을 감쇄·멸각시킨 죄책을 면할 수 없을 것이고 피고인의 소위가 여기에 가공한 것이 되어 형법 제30조 소정 공범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피고인 역시나 같은 죄책을 져야 할 것이다. 본건에서 원심이 취하고 있는 논리(이 판결이유 제4쪽 참조)가 바로 이것이다. 즉, 원심은 『당시 이 사건 컨테이너는 이 사건 부동산 내에 주차된 화물트럭 위에 있었다가 지게차에 의해 바로 근처 토지상으로 옮겨진 점(위 ❷)』 및 『피고인은 고소인을 대리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신청을 하여 그 결정을 받은 상태였고, 공소외 4는 위 가처분결정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상호 이 사건 컨테이너에 관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 점유를 이전한 점(위 ❸)』 등의 사정들에다가 『 공소외 4는 이 사건 발생 수개월 전 피고인에게서 "컨테이너를 인수하여 고소인의 권리행사를 막고 싶다"는 말을 들어 동업자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었던 점(위 ❶)』을 결합하여, 『이 사건 가처분의 채무자로서 이 사건 부동산의 점유 를 이전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는 공소외 4와 피고인이 공모하여 이 사건 가처분 집행의 효용을 해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당원으로서는 원심의 위 추론 내지 논리전개에 수긍할 수 없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공소외 4가 피고인에게 이 사건 컨테이너라는 물건 즉 동산(動産)을 매각하고 그 소유권을 이전하여 주는 행위는 그 물건 자체의 점유와 사용수익 권능을 넘겨주는 행위일 뿐 그것에 대한 점유를 통하여 공소외 4 자신이 행사하고 있던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점유권을 이전하는 행위로 평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공소외 4가 이미 수개월 전부터 피고인에게서 "동업자인 나(피고인)와 고소인 사이에 다툼이 생겼는지라, 컨테이너를 인수하여 고소인의 권리행사를 막고 싶다"는 말을 들음으로써 동업자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하여도 달라지지 않는다. 즉, 공소외 4가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하기 위하여 사용하고 있던 컨테이너를 피고인이 매입하여 그것을 이 사건 부동산의 어딘가에 놓아두는 방법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점유를 개시한다면, 그것은 피고인이 공소외 4의 점유를 이전받거나 승계한 것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새로운 점유를 시작한 것일 뿐이다. 공소외 4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하기 위하여 소유·점유하고 있었던 물건 즉 이 사건 컨테이너를 타인 내지 제3자에게 매각하여 버리고 기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일체의 점유를 거두어 현장을 떠남으로써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점유를 중단한 것일 뿐이다. 그러한 이 사건 컨테이너의 처분행위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점유의 중단으로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점유의 이전을 금지한 고시문의 효용을 감쇄(減殺) 내지 멸각(滅却)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당심으로서는 원심의 위 판단을 긍인할 수 없다. 부연컨대, 피고인이 이 사건 컨테이너를 매입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당시, 다시 말하여 공소외 4의 점유가 제거된 순간 또는 공소외 4가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한 순간 피고인은 이미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점유를 개시한 상태에 있었으므로 여기에 컨테이너를 놓아두고 그것을 점유하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점유를 덧댈 것이 아니다. 사실은 새로운 점유를 부가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고, 그럴 하등의 필요도 없다. 즉, 고소인이 피고인 등 동업자들과의 명의신탁약정 아래 부동산경매절차에서 고소인의 명의로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였으므로, 그 소유권은 매수대금의 부담 여부와는 관계없이 고소인이 취득하게 되고, 매수대금을 부담한 명의신탁자와 명의를 빌려 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이지만(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6다73102 판결 등 참조), 그렇다고 하여 고소인과 피고인 사이의 동업약정이 모두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고소인과의 동업약정에 기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유치권 정리 및 공장 정상가동을 위한 제반 조치 실무를 책임지기로 하고, 그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에 농업용 비닐 제조설비를 설치하고, 유치권을 주장하는 공소외 4와의 협상 끝에 유치권 포기각서도 받는 등 동업약정을 이행해 왔다. 따라서 피고인으로서는 동업약정에 기해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할 권리가 있다 할 것이고, 고소인이 일방적으로 정산한 금액을 피고인에게 송금한 사정 만으로는 동업약정이 해소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위 공소외 4의 점유가 해소되는 순간 피고인이 동업자조합의 조합원으로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점유를 취득하게 된다. 물론, 이때의 점유는 피고인 개인의 전속적인 점유가 아니라 피고인과 고소인 등 동업자 전원이 공유하는 성격의 점유이다. 그리고 이 점유는 공소외 4가 행사하고 있던 유치권을 위한 점유와 달리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인 동업자 조합 내지 고소인을 상대로 하는, 다시 말하여 그들의 점유를 배제하고 이루어지는 배타적 점유 가 아니다. 양자는 법률적 성격이 판이하다. 이 역시나 이 사건 컨테이너의 매수를 통하여, 공소외 4가 가지고 있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점유를 피고인이 승계하거나 이전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여 주는 사정이라고 할 것이다. 피고인이 이와 같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공소외 4의 점유와는 무관하게 전혀 새로운 점유를 취득한 것인 이상 그것이 공소외 4와의 일정한 의사연락 아래에서 진행된 듯 한 사정이 엿보인다고 하여 이를 가리켜 형법 제30조 소정의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이상의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판단하건대, 피고인이 이 사건 컨테이너를 매수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진입로에 놓아두게 한 후 자신이 직접 그 컨테이너를 점유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형법 제140조 제1항이 말하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하여 실시한 봉인 또는 기타 강제처분의 표시를 손상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의 고의를 논할 수도 없다. 또한, 피고인이 공소외 4와 이 사건 부동산의 점유 이전을 공모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별다른 증거도 없다. 요컨대,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고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채증법칙 위반 내지 그에 따른 사실오인을 다투는 피고인의 이 사건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과중)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위 제1항 기재와 같다. 2.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4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유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해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구창모(재판장) 조길상 김하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