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노123
【피 고 인】 피고인 <br/>【항 소 인】 피고인<br/>【검 사】 이동현(기소), 임종필(공판)<br/>【변 호 인】 법무법인 현답 담당변호사 김창호<br/>【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2025. 1. 8. 선고 2024고합709 판결 <br/>【주 문】<br/>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br/><br/>【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br/>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br/> 1) 마약류로 인식한 물품 소지의 점(공소사실 제1항)<br/>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이하 ‘마약거래방지법’이라 한다) 제9조 제2항의 ‘약물이나 그 밖의 물품’에서 ‘그 밖의 물품’은 언어체계의 표현상 약물과 동등하거나 비슷한 것으로 성질을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위와 같이 제한해석하지 않으면 어떠한 물품이어도 마약류로 오인하는 경우 처벌될 수 있어 일반인의 기준에서 이를 예견할 수 없고 가벌성이 지나치게 확대되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수거한 국제우편물 상자는 약물과 유사하거나 동등한 성질을 보이지 아니하므로 마약거래방지법 제9조 제2항의 ‘그 밖의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 <br/> 또한, 피고인은 국제우편물 상자를 수거한 다음 그 안에 마약류가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위 상자를 쓰레기처럼 던져두었으므로 이를 마약거래방지법 제9조 제2항의 ‘소지’로 볼 수 없다. <br/>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br/> 2) 500만 원 이상 MDMA 수수의 점(공소사실 제2항)<br/> 피고인은 국제우편물 상자에 가액 500만 원 이상의 마약류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에게 수수한 마약류의 ‘가액’에 대한 고의를 인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br/> 나. 양형부당<br/>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3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br/> 2. 판단 <br/>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br/> 1) 마약류로 인식한 물품 소지의 점(공소사실 제1항)<br/> 가) 원심의 판단 <br/>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성명불상자와 공모하여 2024. 7. 31. 공소외인이 판매상의 지시를 받고 옮겨 놓은, 장남감이 들어있는 국제우편물 상자를 마약류로 인식하고 소지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피고인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br/> ① 마약거래방지법은 마약류와 관련된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행위 등을 방지하는 등에 입법목적이 있다(위 법률 제1조). 또한 위 법률 제9조 제2항은 ‘약물이나 그 밖의 물품’이라고 규정하여 물품의 외관이 마약으로 오인될 수 있는 것으로 물품 내용이나 성질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 피고인이 범행 이전에 공소외 2와의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마약류 거래와 관련된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고, 수사기관에서도 마약류임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진술한 점(증거기록 105∼111쪽, 146쪽), 인터넷으로 ‘국제우편 배송조회’ 등을 검색하였으며 드라퍼를 구하는 취지의 검색어도 검색하였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국제우편물 상자 안에 마약류가 들어있다고 인식하면서 국제우편물 상자를 수거한 것이다. 단지 국제우편물 상자만을 그 안의 내용물과 분리하여 국제우편물 상자의 외관이 알약 등 마약으로 오인될 수 없다는 사정으로 위 법률이 적용될 수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 또한 피고인이 마약류가 내용물로 포함된 것으로 인식하고 국제우편물 상자를 수거한 행위는 피고인이 물건을 몸에 지닌 것으로서 위 법률에서 말하는 ‘소지’에 해당한다. <br/> ② 피고인은 공소외인이 지정된 장소에 국제우편물 상자를 놔두고 가자, 잠시 기다렸다가 공범인 공소외 2의 지시에 따라 국제우편물 상자를 수거하였는데, 공소외인과 알지 못하는 사이였고, 공소외인으로부터 직접 국제우편물 상자를 교부받지도 않았다. 당시 피고인에게는 국제우편물 상자에 마약류가 들어있다는 점에 관한 미필적 인식이 수거 이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br/> ③ 실제로 국제우편물 상자에 들어있던 장난감에 마약류가 숨겨져 있었다가 인천공항세관에 적발되어 압수되었고, 그 이후에 피고인이 위 국제우편물 상자를 수거하였다(증거기록 91∼94쪽). 위와 같이 마약류가 숨겨져 있던 국제우편물 상자는 마약거래방지법 제9조 제2항에서 정한 ‘그 밖의 물품’으로 보기 충분하다.<br/> 나) 이 법원의 판단<br/> 마약거래방지법 제9조 제2항은 ‘마약류범죄(마약류의 양도·양수 또는 소지에 관련된 것으로 한정한다)를 범할 목적으로 약물이나 그 밖의 물품을 마약류로 인식하고 양도·양수하거나 소지한 자’를 처벌하고 있는데, 위 규정의 취지는 약물이나 그 밖의 물품이 결과적으로는 마약류가 아니거나 그에 마약류가 포함되어 있지 않더라도 마약류범죄를 범할 목적으로 그 실질을 마약류로 인식하고 양도·양수, 소지하는 행위와 같이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한 경우까지 처벌함으로써 마약류와 관련된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행위를 방지하고 마약류범죄의 예방을 도모하고자 함에 있다(같은 법 제1조). 위와 같은 마약거래방지법 제9조 제2항의 입법 취지 및 처벌의 대상에 더하여 문언의 통상적 의미, 유통과정에서 마약류를 담거나 포장하는 행위가 수반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위 규정의 ‘약물’이란 정제, 환, 가루, 액상, 패치 등과 같이 의약품의 외관을 갖춘 물품을 뜻하고, ‘그 밖의 물품’이란 위와 같은 ‘약물’의 형태를 갖추지 않은 물품은 물론, 그 내용물을 마약류로 인식할 수 있는 물품을 포함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나아가 위 규정은 약물이나 그 밖의 물품을 마약류 내지는 그에 마약류가 포함되어 있다고 단순히 오인한 경우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마약류범죄를 범할 목적으로 마약류 내지는 그에 마약류가 포함되어 있다고 인식하고 이를 양도·양수하거나 소지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해석이 일반인의 기준에서 처벌가능성을 예견할 수 없게 한다거나 가벌성이 지나치게 확대되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br/> 같은 견해를 취하여 피고인이 국제우편물 상자에 들어있던 장난감 안에 마약류가 들어있다고 인식하고 이를 소지한 이상 마약거래방지법 제9조 제2항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원심판결에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br/> 2) 500만 원 이상 MDMA 수수의 점(공소사실 제2항)<br/> 가) 원심의 판단<br/>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원심은, 원심 판시와 같은 법리를 설시한 다음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2024. 8. 1. MDMA 842정이 들어 있는 국제우편물 상자를 수수할 당시 미필적으로나마 시가 500만 원 이상의 마약류를 수수한다는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였음은 물론 나아가 결과 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피고인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br/> ① 피고인이 포함된 2024. 7. 31.자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드랍 위치나 거래 물건을 마약류로 지칭하는 대화가 오고 갔다(증거기록 105∼111쪽). 피고인은 ‘(대화명 생략)’이라는 대화명은 자신 외에 제3자도 함께 사용한 것으로서 자신의 대화 내용이 아니라고 진술하였으나, 실제 대화자가 누구인지와 무관하게 피고인이 그 무렵 마약류 거래와 관련되었다는 사정을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마약류 거래일 수 있다는 사정은 알았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46쪽).<br/> ② 피고인은 이 부분 범행 전날인 2024. 7. 31.자 마약거래방지법위반 범행 당시 안산시 ○○동에서 국제우편물 상자를 수거하면서 그 상자의 외관에 영어로 주소가 기재된 부분을 보았을 것이고, 자신의 집에 와서 상자를 개봉하고 장난감을 해체하는 과정에서도 마약류 거래와 관련된다는 점을 인식하였을 것이다. <br/> ③ 피고인은 공소외 2와의 대화에서 우편물 수거로 50만 원 내지 100만 원 정도를 제안받은 적이 있었으나 마약류 거래일 수 있다고 생각하여 거절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23∼124쪽). 국제우편물 상자에 영어가 기재되어 있는 등 우편물이 국제우편인 사정을 위 2024. 7. 31.자 범행에서 이미 인지하였고, 2024. 8. 1.자 본 건도 유사한 방식의 마약류 거래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본 건에서는 당시 상황을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공소외 2에게 전송하기도 하였다. 피고인이 위 2024. 7. 31.자 범행에서 장난감을 해체하는 등 마약류를 찾아내려 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으로서는 만일 마약류가 내용물로 상자 안에 있더라도 이를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 <br/> ④ 피고인은 우편물 상자의 외관 등을 통해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류 거래인 사정을 알고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마약류를 수입하는 경우 그 수입량이 적지 않다. 또한 국제우편물 상자의 크기가 알약 수백 개가 상자 안 내용물로서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이고, 피고인은 2024. 7. 31. 국제우편물 상자에 들어있던 장난감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마약류가 어떠한 부분에 은닉될 수 있는지도 확인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에게 동종 범죄전력은 없지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전에도 케타민을 투약한 점(증거기록 373쪽)에 비추어, 마약류에 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당시 마약류의 종류나 시가를 정확히 알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마약류의 거래량이 500만 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 본 건에서 마약류 시가는 정당 3만 원의 도매가로 산정되었음에도 2천만 원을 넘어섰다.<br/> 나) 이 법원의 판단<br/> 관련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비추어 다시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br/> 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br/>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br/>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성명불상의 마약류 판매상의 지시에 따라 그와 공모하여, 국제우편물 상자를 마약류로 인식하고 수거하여 소지하고, 다음 날 MDMA 842정이 들어있는 또 다른 국제우편물 상자를 수거하여 가액 25,260,000원 상당의 MDMA를 수수한 것이다.<br/> 원심은, 마약류 범죄는 개인의 육체와 정신을 피폐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국민보건을 해하고 다른 범죄를 유발하기도 하는 등 사회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므로 그에 대한 엄벌이 필요한 점, 피고인은 성명불상자의 지시를 받아 국내에서 MDMA를 유통하는 역할 중 일부를 담당하였고, 피고인이 수수한 MDMA가 842정에 이르는 점, 국제우편물을 이용한 마약 거래에 가담하였다는 점에서 범행 내용이 대담한 점, 피고인의 범죄행위의 태양, 방법에 비추어 그 죄질이 좋지 않은 점을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으로, 피고인이 수수한 MDMA가 국내에 유통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피고인은 체포 직후 공범인 공소외 2와 텔레그램으로 대화를 계속하고 그 대화 내용을 수사기관과 공유하는 등 수사에 협조한 적이 있는 점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한 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수단과 방법,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제반 양형요소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하였다.<br/> 원심의 형은 주요 양형 요소들을 두루 참작하여 결정한 것이라고 인정되고, 피고인이 이 법원에서 주장하고 있는 여러 사정들을 감안하더라도, 원심의 양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그것이 피고인의 행위책임의 정도에 비추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br/> 3. 결론 <br/>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한다.<br/><br/>판사 박광서(재판장) 김민기 김종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