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풍로펌 담당변호사 류성룡)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정아)
【원심판결】 청주지법 2025. 4. 10. 선고 2024르5040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은 1998. 1. 5. 혼인신고를 한 법률상 부부였고, 슬하에 3명의 성년 자녀를 두었다.
나.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은 2017년 초경부터 교제하면서 서로를 ‘마누라’, ‘서방님’, ‘자기’ 등으로 부르고 신체적 접촉을 암시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원고는 위와 같은 대화내용을 알게 된 후 피고에게 항의하였으나 그 후에도 피고는 일정 기간 제1심 공동피고 1과의 관계를 이어갔고, 피고의 남편 소외인은 2017. 7. 10.경 제1심 공동피고 1에게 전화하여 항의하였다.
다. 원고는 2022. 10. 13. 제1심 공동피고 1을 상대로 민법 제840조 제1호, 제6호의 사유를 들어 이혼을 청구하는 한편, 제1심 공동피고 1과 피고를 상대로 두 사람의 부정행위로 인해 자신과 제1심 공동피고 1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음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를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1심 공동피고 1은 2023. 1. 9. 원고를 상대로 이혼 등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라. 이 사건 제1심 계속 중이던 2023. 7. 20. 원고와 제1심 공동피고 1 사이에 조정이 성립되어 원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은 이혼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유지를 방해하고 그에 대한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한 경우, 그 배우자에게 ‘제3자의 부정행위라는 불법행위 자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 외에 ‘제3자의 부정행위로 인해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음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이라는 별개의 권리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전제에서, 피고는 제1심 공동피고 1에게 배우자가 있음을 알면서 제1심 공동피고 1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로 인하여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위자료청구권을 ‘피고의 부정행위라는 불법행위 자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으로 파악한 다음, 원고는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의 부정행위를 알게 된 2017년경 민법 제766조 제1항에서 정한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보아야 하는데,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인 2022. 10. 13.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여 위 위자료청구권은 이 사건 소제기 전에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관련 법리
1) 부부의 일방이 부정행위를 한 경우에 부부의 일방은 그로 인하여 배우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의무를 진다.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고 그에 대한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여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도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그리고 부부의 일방과 제3자가 부담하는 불법행위책임은 공동불법행위책임으로서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다(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3므2441 판결 참조).
2)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권은 부부 일방의 유책·불법한 행위에 의하여 혼인관계가 파탄상태에 이르러 이혼하게 된 경우 그로 인하여 배우자가 입게 된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기 위한 손해배상청구권으로서, 이혼의 원인이 되는 개별적 유책행위의 발생으로부터 최종적 이혼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경과가 전체로서 불법행위로 파악되어 최종적 이혼 시점에서 확정·평가되며(대법원 1993. 5. 27. 선고 92므143 판결, 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4므11526, 11533 판결 참조), 이 경우 피해자인 상대방 배우자는 혼인이 해소된 때에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때부터 3년이 경과하여야 민법 제766조 제1항에서 정한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된다(대법원 2015. 6. 24. 선고 2013므3963, 3970 판결 참조).
3) 부부의 일방이 제3자와 부정행위를 한 경우에 상대방 배우자의 부부 일방 또는 제3자에 대한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는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다)목 2)에서 정한 다류 가사소송사건에 해당한다. 이와 별개로 상대방 배우자는 이혼과 무관하게 부부의 일방 또는 제3자를 상대로 부부공동생활 중 발생한 개별적 부정행위를 불법행위로 파악하여 그로 인하여 입게 된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기 위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고, 이는 통상의 민사사건에 속한다. 한편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서 당사자의 의사, 당사자가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협의 이혼의 성립 여부 또는 부부 일방이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였는지, 재판상 이혼청구 소송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1다253154, 253161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앞서 본 사실관계와 기록에 나타난 소송의 경과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원고는 ① 이 사건 소장을 통해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면서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의 부정행위로 인해 원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으므로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고, ② 제1심 계속 중이던 2023. 7. 20. 원고와 제1심 공동피고 1 사이에 이혼조정이 성립된 후,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하여 2024. 6. 13. 자 준비서면을 통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은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의 부정행위로 인하여 원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되었음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권이므로, 원고가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의 부정행위를 인식한 시점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을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며, ③ 원심에 이르러 2025. 2. 5. 자 준비서면을 통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위자료청구는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의 개별적 부정행위 그 자체를 불법행위로 파악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의 과거 부정행위로 인하여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이혼에 이르게 되었음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이므로, 그 소멸시효는 원고와 제1심 공동피고 1 간에 이혼조정이 성립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재차 주장하였다.
이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청구가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의 부정행위로 인하여 자신과 제1심 공동피고 1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결국 이혼하게 되었음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임을 명백히 하였고, 이는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다)목 2)에서 정한 다류 가사소송사건에 해당하는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로서, 부부공동생활 중 발생한 개별적 유책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와 별도로 인정되는 청구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신청한 바에 따라 이 사건 청구를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로 보아, 부정행위와 혼인관계 파탄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를 포함하여 그 청구원인의 당부에 관하여 판단하고, 원고의 청구원인 주장을 받아들이는 경우에는 원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의 혼인이 해소된 때를 이 사건 위자료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아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의 당부를 판단하였어야 했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에게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의 부정행위라는 불법행위 자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 외에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의 부정행위로 인해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음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은 별도로 인정할 수 없다고 전제한 다음,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의 부정행위라는 불법행위 자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로 보고 원고가 피고의 부정행위를 알게 된 시점을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아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의 당부를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부부의 일방과 제3자의 부정행위로 인한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권의 성질과 그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원고가 신청하지도 않은 사항에 대하여 판결함으로써 민사소송법 제203조에서 정한 처분권주의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서경환 신숙희(주심) 마용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