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혜강 담당변호사 최수경)
【피고, 피상고인】 ○○○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정은)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4. 10. 2. 선고 2024나1485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21. 8. 19. 보험회사인 피고와 사이에 원고가 운영하는 카센터의 설치기계 등에 관하여 화재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면서 보험의 목적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보험의 목적과 동형, 동질의 신품을 재조달하는 데 소요되는 금액을 보상해주기로 하는 재조달가액 특약에 가입하였다.
나. 재조달가액 특약에 적용되는 특별약관 제4조 제4항(이하 ‘이 사건 특약조항’이라 한다)은 전문에서 ‘보험의 목적이 손해를 입은 장소에서 실제로 수리 또는 복구되지 않은 때에는 재조달가액에 의한 보상을 하지 않고 시가(감가상각된 금액)만 보상한다.’는 취지로, 후문에서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손해 발생 후 늦어도 180일 이내에 수리 또는 복구 의사를 회사에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하며, 이 기간을 경과하면 재조달가액에 의한 피보험자의 추가 보험금 청구권은 상실된다.’는 취지로 정하고 있다.
다. 2021. 12. 26. 원고의 카센터에 화재가 발생하여 설치기계 등이 훼손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다. 원고는 설치기계 등을 수리하거나 재구입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사고 발생일부터 180일이 지난 2022. 7. 4. 피고를 상대로 재조달가액에 의한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특약조항은 설명의무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특약조항에 따라 재조달가액에 의한 보험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 중 시가에 의한 보험금 상당액만 인용하였다.
가. 이 사건 특약조항은 상법 제676조 제1항 본문에서 정한 시가에 의한 보상 원칙에 대한 예외로 그 단서에 따라 재조달가액에 의한 보상을 인정하기 위하여 일정한 절차적 요건을 규정한 것이고, 피보험자가 영업 상황, 보험목적물의 상태, 연식 등에 따라 보험목적물을 재조달할 의사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피고가 보험금액 산정에 앞서 피보험자의 재조달의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사건 특약조항을 설명하였는지 여부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특약조항은 설명의무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이 사건 특약조항에 의하면, 피보험자인 원고는 실제로 보험목적물을 수리 또는 복구하고 손해 발생 후 180일 이내에 그 수리 또는 복구 의사를 피고에게 서면으로 통지한 경우에 한하여 재조달가액에 의한 보험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훼손된 설치기계 등을 실제로 수리 또는 복구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원고가 손해 발생 후 180일 이내에 그 수리 또는 복구 의사를 피고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상법 제638조의3 제1항과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자와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보험청약서상 기재사항의 변동, 보험자의 면책사유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으므로, 만일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2001. 9. 18. 선고 2001다14917, 14924 판결 등 참조). 여기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고객이 계약체결의 여부 또는 대가를 결정하거나 계약체결 후 어떤 행동을 취할지에 관하여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말하고(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다19990 판결 등 참조), 만약 그 약관조항에 관한 명시·설명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그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있다면 그 약관조항은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6. 9. 23. 선고 2016다221023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는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그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거나,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거나, 이미 법령에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면 그러한 사항에 대하여서까지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4다229917, 22992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 중 이 사건 특약조항 전문에 대한 설명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부분은 수긍할 수 있으나, 이 사건 특약조항 후문에 대한 설명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재조달가액 특약은 보험목적물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보험목적물과 동형, 동질의 신품을 재조달하는 데 소요되는 금액을 보상한다는 취지로 정하고 있다(재조달가액 특별약관 제2조). 그런데 이 사건 특약조항 후문에 따르면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이하 ‘피보험자 등’이라 한다)가 손해 발생시점부터 180일 이내에 보험자에게 보험목적물을 수리 또는 복구하겠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으면 재조달가액에 의한 보험금 청구권이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특약조항 후문은 단순히 재조달가액에 의한 보험금 청구의 절차적 요건만 정한 것이 아니라 재조달가액에 의한 보험금 청구권의 상실사유 및 그에 따른 보험자의 면책사유를 정한 것이므로, 재조달가액 특약의 체결 여부 또는 대가를 결정하거나 계약체결 후 어떤 행동을 취할지에 관하여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재조달가액 특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
2) 상법 제676조 제1항은 "보험자가 보상할 손해액은 그 손해가 발생한 때와 곳의 가액에 의하여 산정한다. 그러나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있는 때에는 그 신품가액에 의하여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상법 제676조 제1항 후문에 따른 신품가액에 의한 손해액의 보상은 피보험자에게 손해의 전보를 넘어서 이득을 주는 것이 금지되는 손해보험제도의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보험목적물을 새로 구입·수리하여 계속 사용할 필요가 있음을 전제로 인정되는 것이고, 재조달가액 특약은 상법 제676조 제1항 단서의 약정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사건 특약조항 후문은 재조달가액 특약의 성질상 당연히 도출되는 것은 아니고, 원고가 이 사건 특약조항 후문의 적용이 문제 되는 경험을 하였다는 등 그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거나 피고의 명시적인 설명 없이 그 내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기 어렵다. 또한 상법 제657조는 피보험자 등이 보험사고 발생을 알고 지체 없이 보험자에게 통지를 발송하지 않으면 그로 인하여 증가된 손해에 대해서만 보험자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을 뿐, 이 사건 특약조항 후문과 같이 피보험자 등이 보험자에게 일정 기간 내에 보험목적물을 재조달할 의사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으면 재조달가액에 의한 보험금 청구권이 상실된다고 정한 바 없으므로, 이 사건 특약조항 후문이 단순히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특약조항 후문에 대한 설명의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특약조항 후문에 따라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재조달가액에 의한 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수 없고 시가에 의한 손해액만을 보험금으로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보험약관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서경환 신숙희(주심) 마용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