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에서 자살은 원칙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정신질환 등으로 인해 스스로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사망했다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입니다. 법원은 단순히 환각이나 망상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결정 능력이 있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며, 평소 앓던 우울증 등이 사망에 미친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판시사항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더라도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경우, 그 사망이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였는지 판단하는 기준
사망한 사람이 생전에 우울장애 등의 진단을 받거나 관련 치료 등을 받아 왔고 그 증상과 자살 사이에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경우, 우울장애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인지 판단하는 방법과 이때 주의할 점 / 우울장애 등을 겪다가 사망한 사람이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 환각, 망상, 명정 등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참조조문
판례 전문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재웅) 【피고, 피상고인】 ○○손해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성원 외 2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4. 3. 12. 선고 2023나4008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보충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소외인은 2021. 11. 30. 오피스텔 15층에서 투신하여 사망하였다. 원고들은 소외인의 부모이다. 나. 피고는 소외인을 피보험자로 하여 사망보험금을 포함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이다. 위 보험계약 약관에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사유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두는 한편, 그 예외사유로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하고 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당시 소외인이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보험금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5다5378 판결 참조).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망한 사람의 나이와 성행, 육체적·정신적 상태,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및 진행경과와 정도, 자살에 즈음한 시점의 구체적인 증상, 사망한 사람을 에워싸고 있는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의 사망한 사람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2다238800 판결 등 참조). 이때 사망한 사람이 생전에 우울장애 등의 진단을 받거나 관련 치료 등을 받아 왔고 그 증상과 자살 사이에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경우, 자살에 이르게 된 상황 전체의 양상과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우울장애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인지를 판단하여야 하고, 특정 시점에서의 행위를 들어 그 상황을 섣불리 평가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2다238800 판결 참조). 또한 우울장애를 겪다가 사망한 사람이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 환각, 망상, 명정 등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4. 5. 9. 선고 2021다297352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소외인(1991년생)은 우울, 불안,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사고, 자해 시도 등을 이유로 2021. 2. 24.부터 2021. 11. 1.까지 여러 차례 정신과 진료를 받았고, ‘상세불명의 우울병 에피소드, 상세불명의 불안장애’의 진단을 받았다. 2) 소외인은 위와 같이 여러 차례 정신과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우울증을 자각하였고, 이후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 “애인과 동반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라는 등의 발언을 하였다. 3) 비록 2021. 6.경 소외인의 상태가 잠시 호전된 듯한 소견이 있기는 하나, 그 이후에도 소외인은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상담하였고, 더욱이 소외인이 사망하기 전날인 2021. 11. 29. 소외인의 동거인이 사망하였는데, 이러한 외부적 요인에 의하여 일시적으로 우울증이 급격하게 악화되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4) 실제로 망인의 부친인 원고 1은 수사기관에서 “소외인의 친구가 사망하자 소외인이 울면서 자신도 죽고 싶다는 말을 하였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5) 제1심법원의 △△△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사실조회결과에서 감정의는 “소외인이 자살 고위험군으로서 자살 당시 중증도 이상의 우울증 상태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자살 직전 동거인의 사망 등으로 극심한 우울 상태에서 판단력이 극심히 떨어졌을 가능성 역시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6) 이처럼 소외인이 자살 전부터 상세불명의 우울병 에피소드 등 진단을 받은 적이 있고 그동안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한 이력이 있는 점, 소외인이 정신과 상담 과정에서 정신적 어려움 등으로 인하여 죽음을 생각하는 언행을 반복한 점, 소외인의 사망 직전 동거인이 사망하여 그로 인하여 소외인의 증상이 갑자기 악화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소외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으로 판단할 여지가 크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소외인이 투신 자살하기에 앞서 유서를 남겼다는 등의 사유를 근거로 자살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보험계약 약관의 면책 예외사유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선수 오경미 서경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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